장애우(障礙友)가 아니라 장애인(障礙人)입니다.

1987년 설립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친구적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장애우라는 표현을 만든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언론을 통해 장애인이 아닌 장애우라는 친근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홍보했으며 학교에서도 이를 교육하기도 했었다.

여기서 장애란 정신적, 육체적인 기능에 문제를 의미하고 우(友)는 벗을 뜻하기 때문에 장애우는 장애를 가진 친구라고 풀이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좋은 의미로 볼 수 있지만 해당 표현은 문제가 많아서 점차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장애우는 왜 부적절한 단어가 되었을까?

1. 주체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경우 미리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장애우라는 표현을 본인에게 사용하면 자신을 친구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에 나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할 수 없다.

  • 나는 장애인입니다 =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 나는 장애우입니다 = 나는 장애를 가진 친구입니다.

장애우는 주체가 없는 표현이기 때문에 내가 나를 지칭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타인이 나를 부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2. 동정

사람들은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거나 힘든 사람을 보면 연민을 느끼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보거나 무언가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동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나쁠 뿐만 아니라 열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장애인을 친근하게 부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근감보다는 동정의 시선으로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집단으로 분류하는 비중립적인 단어가 되는 것이다.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분들은 비하의 의도는 없다고 해도 친근감보다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기분이 든다고 하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3. 친구

일반적으로 나와 가까이 지내면서 친분을 쌓는 사람을 친구라고 부르기 때문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나를 친구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런데 장애우라는 단어는 벗 우(友)를 사용하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거나 비슷한 연령대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이가 한참 어리거나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친구라고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

본인의 부모님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남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장애우라는 단어를 쓴다면 자신의 부모를 장애를 가진 친구라고 소개하는 꼴이 된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지만 장애우라는 표현은 나는 장애를 가진 친구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인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

4. 결론

장애인들이 생각하는 평등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이 불편해도 비슷한 대우를 받는, 차별 없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장애인들이 싫어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과거에 들었던 이야기 때문인지 아직도 장애인이라는 단어보다는 장애우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내용처럼 장애우는 부적절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죽은 언어, 금기된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 중에서는 장애자(障碍者)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낮춤의 의미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하자.

2015년 보건복지부는 장애자, 장애우를 장애인으로 일반인, 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 부르자는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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