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울 때 – 서른 살, 사십 대로 가는 길목에서

사업을 실패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서른 살 후반이 되었다.

여행, 연애, 유흥을 즐기지 않고 독하게 일만 하던 젊은 시절, 모든 걸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온 지금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았는지 후회만 가득하다.

경제적, 심리적인 여유도 없지만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재미있게 놀고 즐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인생이 공허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돈도 없고 나이도 많아서 여자를 만나기에도 자신이 없고 친구들과 가끔 만나서 밥을 먹는 게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 돼버렸다.

지금은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한참 어리지만 직급이 높아서 어디에 정을 두고 일해야 할지 모르겠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없고 목표도 없는 인생, 그냥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야 할까? 오늘은 나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친구

어린 시절에 친구는 나와 가깝고 오래될수록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래전 맥주 광고의 대사처럼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추억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갑자기 외로워서 치킨에 맥주 한잔하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불러서 놀 수 있는 동네 친구 말이다.

사실 이렇게 말은 해도 오래된 친구가 좋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만나서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셨는데 요즘에는 가볍게 밥을 먹으며 결혼은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는 일들이 많아졌다.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 절반 정도는 외모 때문에, 돈이 없어서 여자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결혼은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인연은 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운 이유는 이성과의 사랑이 목말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2. 사랑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부부들도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사랑을 한다고 무조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서로 챙겨주고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부족한 나라도 사랑해 줄 사람을 찾고 싶다.

나이는 서른 후반에 모은 돈은 하나도 없고, 일반 중소기업에서 사원으로 다니고 있는 남자를 이해하고 만나줄만한 여자가 있을까?

연애를 하더라도 심리적인 평온함보다는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자격지심, 과거에 잘 나갔다는 허세 가득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희생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비워진 부분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가족들도 만나는 여자는 있는지, 결혼은 할 건지 물어보지 않고 몸 건강하게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길 바라는 것 같다.

3. 가족

뉴스에서 몇억의 보험료 때문에 가족에게 못할 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안 할 텐데 하는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실제 글쓴이의 부모님은 돈보다 가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성격으로 인생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는 부모님을 보며 죄스러움을 느낀다.

사업을 잘 유지했으면 좋았겠지만 실패한 만큼 더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등골을 빼먹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힘든 사람들이 들으면 욕을 할만한 일이지만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언젠가는 이별을 하겠지 가슴 아픈 미래를 떠올린다.

4. 돈

사업이 잘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을 심하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돈만 있으면 가족들도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서 행복할 것 만 같다.

하지만 예전에 나는 사람들을 안하무인으로 대할 때가 많았으며 호감이 가는 이성을 만나도 계산기를 두들기고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나 자신의 자존감이 높은 상태에서 바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몰랐을 뿐 이미 공허하고 외로운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상황에서 돈이 많다면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이가 어릴 때는 순수하게 상대방을 만나서 시간을 보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모든 만남에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5. 비교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 찾아오면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으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돈도 잘 벌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보면 괜한 자격지심을 느끼며 스스로 불행하고 외로운 실패자로 만든다.

가끔 TV를 보면서 연예인들이 부모님에게 집이나 자동차를 사줬다는 말을 들으면 칭찬하기보다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불행한 사람, 행복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비교하는 일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면서 공허함과 외로움을 더 크게 만든다.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나를 중심으로 두지 않고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비교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남들에 비해서 내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비교하며 스스로 공허하고 외롭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에 잠긴다.

6. 결과

외로움
  • 친구와 만나면 공허함과 외로움이 잠시 사라질 뿐이다.
  • 사랑을 한다고 공허함과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지속되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가족이 덜어주지 못한다.
  • 경제적인 여유, 돈이 많아도 공허함과 외로움이 존재한다.

공허함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으려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을 구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인생에는 수많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있으며 잠시 숨을 고르거나 멈추지 않을 거라면 계속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내 삶을 바꾸기 위해 주변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결핍된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열심히 돈을 벌고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으니 먼저 나부터 사랑하고 좋은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

모든 결과는 주변 환경에 의해서 변할 수 있지만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그러니 마음의 공허함과 외로움 역시 개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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